“한 고비를 넘기고 다짐합니다”(상량식)

“한고비를 넘기고 다짐합니다.”

한여름 34℃가 넘나드는 뙤약볕에서

더위와 비에 맞서 하루하루가 비상 상황이었습니다.

땀이 너무 많이 흘러 수건을 적시고, 염분을 섭취해가며 버텨냅니다.

뜨거운 태양을 피할 방법도 궁리해 보지만 어림없습니다.

투둑 뚝 따다다 다닥…

갑자기 먹구름이 하늘을 뒤엎으며, 소나기가  매정하게 양동이로 퍼붓듯이 내립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기둥과 합판을 적실까 봐 안절부절 합니다.

맑은 햇빛과 바람이 말려주길 기대하며 마냥 하늘만 바라보고 담배를 내뿜고 기다려 봅니다.

한참을 기다리고 하나하나 쌓아

드디어 서까래가 올라가고 지붕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됐다. 이제 맘대로 하라고 해 ㅋㅋ. 하늘을 향해 외쳐 봅니다.

비와 바람, 태양도 우리를 막을 수 없습니다.

집 짓는 과정 내내 지금까지 무탈함에 감사하며, 같이 작업해온 식구들에게

부부는 간단한 상량식을 준비하셨습니다.

.

.

.

상 량 식

‘기둥 위에 보를 얹고 지붕틀을 꾸민 다음 마룻대(상량)를 놓을 때 올리는 고사’

상량식은 지붕, 벽체 등 외형은 마무리되어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내부 공사로 들어갈 수 있으므로,

상량을 올리는 일은 큰일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과정을 시작하는 다짐의 뜻이 같이 들어있습니다.

상량에는 상량문이라 하여 개기일, 집 지은 해. 달. 날. 시 따위를 적어 넣습니다.

축원문은 대체로

 “응천상지삼광應天上之三光 비인간지오복備人間之五福”

(하늘의 해. 달. 별님은 감응하시어 인간의 오복을 내려주소서)라고 쓰며,

상량문 좌우 양끝에 ‘龍용’자와 ‘龜구’자를 서로 마주 대하도록 써둔다.

용과 거북은 물의 신이므로 이렇게 적어두면 화재를 막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지식배과 중)

.

.

.

.

.

“예전 의식에서 의미를 찾고 현대의 방식으로 다짐하다”

부부는 감사의 기도와 앞으로의 바람을 나름의 방식으로 식을 올렸습니다.

남편 분이 직접 글을 써 넣으시고 아이들이 손 도장을 찍어 넣었습니다.

붓글씨를 이렇게 잘 쓰실 줄 정말 몰랐습니다. 나중에 입주 하시면 두고 두고 이야기 거리가 생기지 않을 까요?

집은 이렇게 모여서 함께 짓는 공동 작업의 집합체라는 생각도 드네요~~

부부는 기도를 드릴 때 말고는 연신 방그레 웃으며

같이 작업한 우리에게 감사하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루에도 아침저녁으로 다녀가시고, 주말에도 꼬박꼬박 오셔서 청소도 같이 하시고,

저희가 마무리하고 정리한다고 해도

내 집이니 내가 신경 쓰고 돌봐야 한다며 한사코 빗자루를 놓지 않으시네요.

돈을 떠나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집 짓는데 일조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십니다.

.

.

일생에 터를 잡고 집을 지어 보금자리로 만드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작업인지

그리고 집을 짓는 일은 참으로 보람된 작업임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간단한 식이 끝나고 모두 모여 준비하신 떡과 막걸리… 모두 맛있게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한 식구가 되었습니다.

답글 남기기